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야외활동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700만 캠핑족’ 시대가 열렸다. 특히 매년 5월이 되면 화창한 날씨에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인기에 힘입어 바닷가 인근에서 차박하기, 집 근처에서 가볍게 캠크닉(캠핑+피크닉) 하기 등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캠핑장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연을 즐기고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각종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존재하는 곳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캠핑장에서 생긴 안전사고는 총 409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특히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비중이 전체 6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 자녀를 둔 방문객일수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안전사고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화상’이다. 캠핑장 속 화상 사고는 장작이나 숯을 태우는 등 여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2023년에는 한 50대 남성이 텐트 안에서 가스불을 켜놓은 채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뿌리다 불길에 휘말려 전신 화상을 입기도 했다.
화상은 화염, 뜨거운 액체, 섬광, 화학물질, 전기 등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말한다. 심한 경우 피부 하부의 조직도 파괴될 수 있다. 피부 손상의 정도에 따라 1도, 2도, 3도, 4도로 분류한다. 1도 화상은 대부분 일광화상으로, 통증과 함께 피부가 빨갛게 되는 발적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수일이 지나면서 흉터 없이 회복되지만, 수개월 이상 피부 착색이 지속될 수 있다.
2도 화상은 대부분 물집이 형성되고, 피하 조직 부종과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감염되지 않는다면 2주에서 4주 정도 후 옅은 흉터를 남기면서 치유된다. 3도 화상은 피부가 가죽처럼 건조해지고 흰색 혹은 어두운색으로 변한다. 피부 감각을 상실해 핀으로 찔러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3도 이상의 화상은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고 소실된 피부를 재건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4도 화상은 피부 전층과 함께 피하의 근육·힘줄·신경, 골조직까지 손상된 것을 가리킨다.
화상 치료는 화상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문익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1~2도 화상인 경우 화상 부위를 곧바로 차가운 물에 10~15분간 담그거나 다량의 흐르는 물로 헹궈야 한다”며 “단 얼음찜질은 체온을 낮추고 피부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을 입은 피부의 물집은 소독된 바늘로 찔러서 조심스럽게 배액하는 것이 좋지만 멸균된 바늘이 없으면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 물집이 세균감염을 막고 피부 재생을 돕는 자연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땐 화상 부위를 비접착성 드레싱으로 가볍게 보호하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팔이나 다리 화상인 경우 부종을 예방하고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손상 부위가 심장보다 높게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이때 외투나 담요 등을 사용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2도 화상 혹은 국소 부위라 할지라도 3도 이상의 화상인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체내 전해질과 단백질 조절, 쇼크, 전신 감염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항생제,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으며 파상풍 면역글로불린이나 항독소 치료,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캠핑장에서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사고로는 ‘골절’이 있다. 캠핑장은 자연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환경이다. 나무뿌리와 돌이 가득한 울퉁불퉁한 지형, 미끄러운 잔디, 텐트 줄이나 캠핑 장비 등에 걸려넘어져 골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곽윤해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단순한 골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판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 골절 환자 중 20%가 성장판 손상을 겪는다. 이는 아이들이 넘어지는 모든 외상에서 발생할 수 있다. 소아의 뼈는 성인과 달리 유연하고 골막이 두꺼워 골절이 있어도 외관상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봤을 때는 증상이나 뼈의 전위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성장판 손상을 모르고 방치할 경우 추후에 뼈가 비틀어지거나 어긋나게 붙어 심한 변형 혹은 성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소아 골절은 성인과 다르게 접근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는 성인보다 골절 유합이 잘 되고 재형성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수술하거나 반복적으로 도수정복(어긋난 골 절편을 맞춰 만족할 만한 위치에 정렬하는 치료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성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골절이 발생했을 시 우선 환아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넘어지거나 부딪혔을 때 겉보기에 큰 이상이 없어 보여도 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움직이기 어려워한다면 부목 등으로 아픈 부위를 고정한 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곽 교수는 “어른들은 2주씩 아플 수 있지만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3~4일 이상 아프면 단순 타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연골로 이뤄진 성장판은 엑스선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아 손상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찾아가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은 운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이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소 10분 이상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벼운 체조를 하며 몸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캠핑장에서 흔히 즐기는 축구, 캐치볼, 배드민턴 등의 격한 활동을 하기 전에 아이들이 준비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안전사고로는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와의 접촉이 꼽힌다.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3급 법정감염병이다. 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전염된다. 진드기는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진드기의 밀도가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증상은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리고 약 1~2주의 잠복기가 지난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고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발생한다. 두통과 근육통이 생기거나 림프절이 붓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면서 혈소판과 백혈구가 감소해 몸속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SFTS는 사망률이 20%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백신이나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치료법도 표준화되지 않아 증상만 완화할 수 있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임소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을 제거하고 보충액을 주입하는 혈장교환술,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혈청을 환자 체내에 넣는 회복기 혈청 주입술 등의 실험적인 치료들도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잔디나 풀이 살갗과 직접 닿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풀밭에 옷을 벗어두는 행위도 지양하는 것이 좋다. 외출을 마치고 귀가한 즉시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한다. 샤워하면서 몸에 진드기가 붙어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 교수는 “진드기가 피부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침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있는 상태기 때문에 힘을 줘서 떼내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250522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