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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 달 토양으로 키운 식물은 느리게 자란대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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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2
내용

[재미있는 과학] 달 토양으로 키운 식물은 느리게 자란대요

입력 : 2022.07.0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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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채취한 물질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아폴로 11호 우주인이 채취한 '달 토양' 물질을 먹인 희귀한 바퀴벌레 표본."

지난 5월 25일 영국의 경매사 RR옥션에 특이한 경매품이 올라왔어요. 경매품 이름은 '아폴로 11호의 달 토양 실험품(바퀴벌레, 파손된 표본, 슬라이드).'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은 지구로 돌아올 때 달의 흙과 암석 시료 22㎏을 가지고 왔는데요. 이 달 토양을 먹은 바퀴벌레 3마리와 바퀴벌레의 소화기관에서 추출한 먼지 40㎎, 그리고 바퀴벌레의 조직을 잘라 만든 현미경 관찰용 슬라이드 66개였어요.

당시 과학자들은 가져온 달 시료(試料·분석 등에 쓰는 물질이나 생물)가 지구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2㎏ 정도의 시료를 갈아 곤충과 물고기, 그리고 쥐에게 먹였어요. 경매에 나온 바퀴벌레 역시 실험 대상 중 하나였지요. 이 실험으로 달의 흙은 지구 생명체에 나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런 연구 내용이 1970년 7월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어요.

이처럼 과학자들은 달을 비롯해 지구 주변의 천체에서 채취한 시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유기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지구 밖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연구하는 거예요.

382㎏의 시료, 식물도 키워

미국이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지구로 귀환시키는 '아폴로 계획'(Apollo Project)을 통해 지구로 가져온 달 시료는 총 약 382㎏ 정도 됩니다. 이 시료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에 쓰이고 있는데요.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이 시료로 달 토양에서 식물이 살 수 있을지를 연구했고, 그 결과를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아폴로 11호, 12호, 17호가 가져온 각각의 달 토양에 실험용으로 주로 쓰이는 식물인 '애기장대'를 심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우주선들이 달의 서로 다른 지역에 착륙해 흙의 성분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우주 방사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지역이에요. 세 가지 달 토양 외에도 지구의 화산재 등으로 달 토양과 성분을 비슷하게 만든 모사토(模寫土)와 지구의 극 지역 흙에 식물을 심었지요.

그 결과 모든 흙에서 싹이 텄지만, 씨앗을 심은 뒤 6일 뒤부터는 생장 속도에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달 토양에서 자란 애기장대들이 더 느리게 자랐습니다. 같은 양의 물과 빛, 영양분을 공급했는데도 말이지요. 이 식물들은 뿌리가 꺾이거나, 잎이 작게 났어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붉은 반점 등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흙에서는 애기장대가 잘 자라지 않았고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 밖의 흙에서도 식물이 싹을 틔울 수 있다는 점은 밝혀진 거지요.

달 토양에서 산소도 추출해요

달 토양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산소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유럽항공우주국(ESA)과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 공동 연구팀은 달 토양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방법을 발표했어요. 산소는 금속 이온과 결합한 고체 형태로 지구의 토양에도 많이 들어 있어요. 예를 들어 모래의 주 구성 성분인 규산염 광물은 규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이지요. 지구의 표면인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 중 가장 많은 비율인 46.6%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달 토양을 바탕으로 연구를 한 결과, 지구뿐 아니라 달 토양도 구성 성분 중 40~45%가 산소인 것으로 추정됐어요. 규소나 철과 결합된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는 거예요. 연구팀은 달 토양과 유사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모사토를 연구에 이용했어요. 이 흙을 1000도 정도로 가열해 성분의 일부를 기체로 분리한 뒤, 기체로부터 물을 분리해 전기 분해로 산소를 만든 거지요. 이 방법을 사용하면 물과 산소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져갈 필요 없이 달에서 자체적으로 물과 산소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혜성·소행성… 우주의 기원을 찾아서

인류는 달뿐 아니라 혜성이나 태양, 소행성에서도 시료를 채취해 태양계와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고 있는데요. 1999년 발사된 탐사선 스타더스트는 2004년 '빌트 2' 혜성 근처에 도달했고, 혜성의 꼬리 부분을 통과해 수집기에 혜성 물질을 담아 지구로 보냈어요.

이 혜성은 본래 태양계 외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중력에 붙잡혀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왔어요. 이 혜성에 있는 물질을 연구해 태양계 밖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알아내면 태양계 탄생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어요. 스타더스트가 가져온 혜성 물질에는 생명체가 탄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기화합물이 있었어요. 유기화합물은 생명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물질이에요.

2014년 발사된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소행성 '류구'(Ryugu)에서 채집한 시료를 2020년 지구로 보냈어요. 류구의 토양에서도 유기화합물인 아미노산 20여 종 등이 발견됐어요.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위한 구성 요소가 우주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아낸 거지요.

최근 우주 과학자들의 관심은 화성에 집중돼 있습니다. 2020년 발사돼 지난해 화성에 도착한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본격적으로 화성 탐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퍼서비어런스는 귀환 예정이 없기 때문에, 퍼서비어런스가 채집한 시료는 잘 저장해 놨다가 다음 화성탐사선을 이용해 2031년 지구로 가져올 계획입니다.

[달 시료 쓰려면 나사 허락 필요해]

달 시료로 연구를 하려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남은 시료는 물론, 실험을 하고 난 뒤 생겨난 찌꺼기도 모두 반납해야 하지요.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달 토양의 성분과 유사하게 만든 모사토를 실험에 많이 사용해요. 달 토양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실험을 할 때도 모사토를 이용했는데, 이는 달 토양의 구성 성분은 지구에 있는 물질로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사는 모사토가 아닌 진짜 달 시료로 해야 하는 실험에 대해서만 시료를 빌려준답니다.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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