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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있는 과학 : 블랙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07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041
내용


최근 인류 최초의 그림자 사진 공개

사진의 고리는 중력 때문에 휘어진 빛

고리 속 검은 원은 블랙홀의 '그림자'

실제 블랙홀은 그림자 중심에 존재


블랙홀 경계를 사건 지평선이라 해요

이 선 너머 블랙홀로 가면 못 돌아와


지난 10일, 전 세계 언론을 열광시킨 사진이 있어요. 검은 바탕에 도넛 같은 붉고 노란 원형 고리가 떠 있는 사진이었어요.

인류 최초로 촬영한 블랙홀(black hole) 그림자 였어요. 대체 블랙홀이 무엇이기에 다들 이 사진에 환호한 걸까요?



□빛마저 흡수하는 '검은 구멍'

영어로 블랙홀은 '검은 구멍' 이란 뜻이죠, 그렇지만 정확하게 말해 '구멍' 은 아닙니다.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굉장히 강해서 빛을 포함한 세상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질량 덩어리입니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보려면 물체가 빛을 내뿜거나, 빛을 반사해야 해요.

하지만 블랙홀은 빛조차 삼켜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블랙홀의 '실제 모습' 을 보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이유로 블랙홀은 마치 검은 구멍처럼 보입니다. 블랙홀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그래서예요.


어떤 방식을 쓰든 현재 기술로는 블랙홀 모습을 바로 볼 수는 없어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블랙홀과 블랙홀 아닌 곳 사이의 경계선뿐이죠.

이 경계선을 '사건 지평선 (event horizon)' 이라고 해요. 이 선을 넘어간 곳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누구도 알 수 없어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블랙홀 대신 블랙홀 그림자를 찾자

이번에 블랙홀 사진을 공개한 곳은 '사건 지평선 망원경' 이라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팀이에요.

이들은 블랙홀 대신 블랙홀의 '그림자' 를 찾기로 했어요. 관측 대상은 처녀자리 은하단 한가운데에 있는 M87 블랙홀이었습니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고,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홀이죠. 참고로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km예요.


물체 뒤에서 손전등을 비추면 옆에서 뻗어나온 빛줄기로 원래 물체 형태를 가늠할 수 있어요.

그럼 뒤편이나 주변에 빛을 내는 천체가 있으면 블랙홀 윤곽을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건 지평선 망원경' 팀은 이렇게 블랙홀을 관측했어요.

사진에서 고리 안의 검은 원이 블랙홀의 윤곽, 즉 '그림자' 입니다. 실제 M87 블랙홀은 사진 속 검은 원의 중심쯤에 점으로 존재하지요.


□넘으면 돌아올 수 없는 '사건 지평선'

이런 블랙홀은 왜 생기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아주 무거운 별이 생애 마지막 순간 작게 쪼그라들며 블랙홀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별의 질량이 작은 공간에 모이면서 엄청난 중력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론상으로는 꼭 별이 아니라 어떤 물체라도 자신의 질량을 유지하면서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들면 블랙홀이 될 수 있어요.

지구가 지름 1cm 짜리 완두콩 크기 정도로 줄어들면 지구도 블랙홀이 된답니다.


블랙홀은 모든 걸 빨아들이지만, 블랙홀의 중력도 거리에 따라 약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블랙홀에서 멀어지면 빛과 물질이 블랙홀의 중력에서 탈출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아까 말씀드린 블랙홀의 경계, 즉 '사건 지평선' 이에요.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는 가운데 검은원과 붉은 고리 경계선이 사건 지평선입니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초원에 서 있다고 상상해볼까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는 딱 지평선까지입니다.

다만 지구에서는 지평선 양쪽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요. 지평선 너머에 있는 사람과 통화를 할 수도 있고, 이쪽에서 비를 뿌리던 구름이 지평선 너머로 가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를 뿌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건 지평선은 달라요. 사건 지평선 바깥에서 사건 지평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사건 지평선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바깥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해요.

블랙홀 중력이 너무 커서 물질도 빛도 정보도 블랙홀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지구 곳곳의 망원경 동시에 쓰면

지구 크기 망원경 쓴 것과 같은 효과


'사건 지평선 망원경' 연구팀은 칠레, 스페인, 미국 하와이, 멕시코, 남극 등에서 총 8개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2017년 4월 5~14일 사이에 블랙홀을 촬영했어요.

왜 한곳에서 촬영하는 대신,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했을까요?

전파망원경은 커다란 접시 형태 안테나를 이용해 천체가 보내는 전파를 수집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들어 관측합니다.

그래서 안테나가 클수록 성능이 좋아지지요. 다만 이런 큰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아, 망원경 하나를 무작정 키우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여러 전파망원경의 데이터를 모아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활용하는 기술이 쓰인 거예요.


연구팀은 넓은 지역에 나눠서 설치돼 있는 전파망원경으로 같은 시간에 한 전파를

집중적으로 관측한 뒤 각 망원경이 받은 데이터를 모두 합쳤어요.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해 지구만 한 크기의 망원경을 쓰는 것 같은 효과를 낸 거예요.

연구진은 망원경 정밀도가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 앉아 미국 뉴욕의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 라고 설명했어요.



-김은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 및 구성 : 양지호 기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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