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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간은 방사성탄소, 공간은 우주 입자로 측정해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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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130
내용

[재미있는 과학] 시간은 방사성탄소, 공간은 우주 입자로 측정해요

입력 : 2017.11.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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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과 과학 기술]

과학의 힘으로 발전 중인 고고학

미라에 있던 탄소로 연대 계산하고 우주 입자로는 피라미드 내부 탐사
인공위성으로 숨은 유적도 찾았죠

고대 이집트를 대표하는 유적인 '쿠푸왕의 대(大)피라미드'를 본 적 있나요? 평균 2.5t이나 되는 거대한 바위 230만여 개를 정사각뿔 모양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 정교한 건축물을 보면 고대인을 절로 존경하게 돼요. 당시(기원전 2500년쯤) 고대인이 어떻게 피라미드를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도 명확하게 풀리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최근 우주에서 날아온 '뮤온(muon)'이라는 입자를 이용해 과학자들이 대피라미드의 비밀 중 하나를 확인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유적을 하나도 훼손하지 않고 대피라미드 안에 거대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예요. 오늘은 역사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볼게요.

◇탄소로 미라의 나이를 밝혀라

유물이나 유적 등 인류가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고고학이라고 해요. 보통 흙먼지를 뒤집어쓴 고고학자가 땅 밑에서 캐낸 유물을 돋보기로 살펴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근대 고고학은 과학을 통해 완성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답니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
/그래픽=안병현
어떤 유물이 언제 만들어져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확실하게 알려면 기록을 보는 게 가장 간단해요. 하지만 모든 유적이나 유물에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연대(年代·지나간 시간이나 햇수)를 추정하는 방법이 필요하지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어떤 유물이 발견되면 다른 유물과 비교해서 나이를 '상대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을 썼어요. 예를 들어 지층 A 밑에 지층 B가 있다면 B에서 발견된 유물이나 생물이 A에서 발견된 것보다 오래됐다고 생각하는 식이었지요.

1947년 미국의 화학자 윌러드 리비(Libby·1908~1980)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을 개발하면서 고고학에 새로운 시대가 열립니다. 유물은 물론 고대 화석이나 지구 나이를 '절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은 '탄소14(C14)'라는 방사성원소(방사능을 가진 원소)를 활용해요. 탄소14는 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에서 발견되는데요, 다른 탄소(탄소12·13)와 달리 불안정하고 약하다는 특징이 있지요.

탄소14는 동물이나 식물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호흡을 통해 몸속에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다가, 죽는 순간 모든 생체 활동이 멈추면서 공급이 중단된답니다. 다른 탄소는 생물이 죽어도 그대로 몸속에 남아있지만, 상태가 불안정한 탄소14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어요. 이를 '방사성 붕괴'라고 말해요.

탄소14는 붕괴하면서 방사능을 방출하며 새로운 원자인 질소로 바뀌는데요. 이 붕괴 과정이 아주 느려서 탄소14의 절반이 질소로 바뀌는 데 약 5600년이 걸린답니다. 여기서 5600년이 더 지나면 원래 양에서 4분의 1만 탄소14로 남고, 또 다시 5600년이 지나면 전체에서 8분의 1만 탄소14로 남지요. 이처럼 방사성원소가 절반씩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半減期·half life)'라고 해요. 탄소14의 경우 5600년이지요.

이런 방법으로 특정한 화석이나 유물에 탄소14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분석하면 유물 나이를 계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집트 미라에서 추출한 탄소14가 원래 있어야 하는 양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면 이 미라는 약 1만1200년 전에 죽은 것이지요.

이로써 고고학은 이집트 미라와 유물, 빙하기의 연대 같은 인류 역사를 밝혀낼 수 있었답니다. 리비 박사는 이 연구로 196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지요.

◇우주 입자로 찾은 비밀 공간

이번에 화제가 된 뮤온을 통한 대피라미드 연구는 입자 물리학을 활용했어요. 연구 대상이 된 이집트 쿠푸왕 대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유적으로, 높이 139m, 밑변 230m에 이르는 거대한 피라미드이지요.

그런데 최근 일본·프랑스·이집트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뮤온 탐지 기법'을 활용해 쿠푸왕 대피라미드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한쪽 길이가 최소 30m에 이르는 공간이 있다는 걸 새롭게 발견한 거예요.

뮤온은 에너지가 아주 큰 방사선인 우주선(cosmic ray)이 지구 대기와 충돌할 때 생기는 작은 입자예요. 두꺼운 콘크리트나 돌도 쉽게 통과할 수 있고, 통과한 물질의 성질에 따라 입자 수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지요.

먼저 연구진은 대피라미드 내부에 있는 '여왕의 방'을 비롯한 두 지점에서 뮤온 입자를 쏘았어요. 그 결과 종전에 알려진 '대회랑' 위에 거대한 공간이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뮤온은 내부가 텅 비어 있는 공간을 통과할 때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 많은 입자가 검출되는데, 바로 이런 원리로 빈 공간을 밝혀낸 것이지요. 마치 엑스레이가 우리 몸을 통과해 뼈 사진을 찍어내듯 뮤온도 건물이나 바위 같은 단단한 물질을 통과해 내부 모습을 보여준 거예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으로 고대 유적을 탐사하는 기술도 있어요. 넓은 지역을 단번에 볼 수 있는 데다, 가볼 수 없는 바닷속이나 땅 밑을 적외선 촬영 등으로 파헤칠 수 있지요. 이를 '위성 고고학(space archeology)'이라고 해요.

2011년 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년간 이집트에 머물면서 인공위성이 찍은 적외선 사진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고대 이집트 도시인 사이스에 피라미드 17기, 고대 무덤 1000기, 거주지 유적 3000여 곳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답니다.

또 인공위성을 통해 과학자들은 남아메리카 정글 한가운데 숨겨져 있던 마야 유적지도 찾아냈고, 페루 나스카강 인근 초목으로 덮인 지대에 있던 진흙 피라미드도 발견했지요. 요르단 페트라 유적지에서도 가로 56m, 세로 49m의 거대한 건물터 안에 있던 새로운 유적지를 찾아냈어요.

과학의 힘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인류의 과거를 밝히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고고학과 과학의 만남이 가져올 흥미로운 결과를 계속 기대해봐요.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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